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아주 큰 값부터 아주 작은 값을 표현하고 싶을 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지수다. 10진수를 기준으로 하자면 100배면 2, 1000배면 3이라고 표시하는 식이다. 사람의 귀가 바로 이렇게 동작한다.

소리의 크기를 생각해보자. 두 대의 전화기 사이의 전화선이 길어지면 저항이 있을테니 당연히 소리가 작게 들린다. 이 작아지는 단위를 표시하기 위해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B(Bell)이라는 비율의 단위를 만들었다. 소리가 2배 작거나 크게 들리면 2B, 3배면 3B이다. 이 B을 1/10 하면 dB, deci-Bell 이다. 그러니까 20dB 은 10dB에 비해 소리가 2배 크게 들리고, 30dB은 10dB에 비해 소리가 3배 크게 들린다. 그런데 사람의 청각은 지수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1m 떨어진 사람의 말소리가 40dB, 큰 도로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듣는 소리는 80dB로 두 배 정도 크게 들리지만, 귀에 전해지는 압력은 0.002 pascal 에서 0.2 pascal 로 10의 2승, 100배 높다. 그리고 기수 10은 소리의 크기에 따라 변한다. 자연에서 듣기 힘든 큰 압력에 대해서는 기수가 매우 커진다. 조용한 음악보다 2배 시끄러운 음악은 귀에 전해지는 압력이 10배 높을 수도 있지만, 아주 시끄러운 음악보다 2배 시끄러운 음악은 귀에 전해지는 압력이 1000배 높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헷갈리면 이 내용은 무시하시라 http://jangi.net/cgi-bin/um2/emoticon//emoticon-unsure.gif

중요한 건 청각이 공기의 떨림, 즉 주파수를 구분할 때도 지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파수의 비율이 1:1이면 같은 속도로 공기가 떨리니까 같은 소리다. 1:2 면 공기가 2배빠르게 떨리는데, 귀는 이것을 한 옥타브 높은 ‘같은 음’으로 듣는다. 1:4면 두 옥타브, 공기가 8배 빨리 떨면 세 옥타브 높은 같은 음으로 듣는다. 청각이 소리의 크기와는 달리 주파수에 대해서는 기수 2를 유지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사람은 주파수가 7배, 49배인 소리에 대해 ‘같은 음’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주파수가 높아져도 기수는 증가하지 않는다.

피아노 건반을 보면, 서양 음악에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음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청각이 지수로 동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각각의 음의 주파수는 직전의 음의 주파수보다 2의 1/12승만큼 크다. 즉, ‘파’의 주파수 = ‘미’의 주파수 * (2^1/12) 이다. 2^1/12 를 12번 곱하면 2, 한 옥타브 높은 음이다.

다시 주파수를 생각해보면, 사람은 1:2는 한 옥타브, 1:4는 두 옥타브 높은 같은 음으로 느낀다. 그럼 1:3은 뭐냐. 위에서 한 음이 2^1/12 배라고 했는데, 2^7/12=1.498… 로 1.5에 매우 가깝다. 3은 1.5*2니까 대략 2*2^7/12=2^(12+7)/12. 그러니까 1:3은 12+7=19음 위의 음이 되고, 쉽게 말해 ‘도’에 대해서는 한 옥타브 높은 ‘솔’이 된다. 게다가 ‘도’를 한 옥타브 올려서 ((1*2):3) ‘솔’과 같은 옥타브로 만들면 주파수 비율은 2:3. 이것이 바로 완전 5도라는 화음이다. 결국 사람은 작은 정수비의 주파수는 화음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이 때 오차가 문제되는데, 이는 앞에서 봤듯이 2^7/12=1.498…이 정확히 1.5는 아니기 때문이다. C:A를 생각해보면, 완전 5도가 C-G-D-A로 이어지므로 2:3 * 2:3 * 2:3 = 3.375 여야 하는데, 2^(3*7)/12=3.364…로 오차가 누적된다. 따라서 완전 5도 등의 정수비를 사용해 악기를 조율했다면 화음은 정확히 들리는 대신 음과 음 사이의 비율이 불균일해지고, 매우 낮은 ‘도’와 매우 높은 ‘도’는 1:2^(자연수n) 비율에서 멀어지게 된다. 게다가 하나의 악기로 조를 바꿔가면서 연주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음의 비율이 잘 맞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음의 비율이 잘 맞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음과 음 사이의 비율을 고정하도록 조율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율하면 역으로 거의 모든 화음이 정확한 정수비에서 약간 어긋난다. 전자의 경우를 ‘순정율’ 그 가운데에서도 2:3으로 조율한 것을 ‘피타고라스 음율’, 후자의 경우를 ‘평균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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